한국 사람은 약속에 무심하고 시간에 허술하다고 표현하는 말이다.
한국 사람에게는 30분에서 1시간정도 약속시간에 늦는 것은 지각이 아니었다.
한편 재팬타임이라는게 있다고 하면 약속시간 5분 전에 약속장소에 있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런 일본사람을 성실하다고 느낄지 갑갑하다고 느낄지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코리안타임에 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다.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에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일은 없어졌다.
집에서 몇 시에 나가면 버스가 올지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남편이 퇴근시간에 "곧 집에 도착한다"의 '곧'은 '곧'이 아니고 '오늘 중으로 온다'는 것도 이제 안다.
일본에서 살았던 세월보다 한국에서 산 세월이 더 길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살아가면 내가 일본에서 지냈던 시간보다 한국에서 지낼 시간이 많아지겠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은 "야~ 이제 한국사람 다 됐네!" 라고 한다.
한국음식도 잘 먹고 농담도 알고 드라마를 보고 분하기도 슬퍼서 울기도 한다.
아직 한국어 발음도 정확하지 않고 받아쓰기도 틀리고 김치를 담그지 못하지만 말이다.
나는 한국 사람이 다 됐다는 말을 듣는 게 참 좋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어떻게 하면 한국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노력했다.
그런데 늘 외국인 취급을 받다보니 어느 날 난 절대 한국 사람이 될 수 없다고 포기했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입국초기의 외국인 여성들을 위해 활동하면서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깨닫고 놀랐다.
일본 사람은 이러냐고 하는 말에 나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한다.
예전에는 코리안타임이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일본타임이 나에겐 갑갑하다.
자유로운 한국, 여유로운 한국, 괜찮다며 모든 것을 품어줬던 한국을 좋아하는 나는 일본산 한국인이다.
오노이쿠요 명예기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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