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군다문화]캄보디아 쁘리아 위히아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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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군다문화
캄보디아 쁘리아 위히아 사원
황금빛 석양이 앙코르의 하늘을 물들이는 순간, 바이욘 사원의 거대한 얼굴상들이 은은한 미소를 띠며 시간의 흐름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이 고요한 웅장함 속에서, 우리는 크메르 문명의 찬란한 영광과 쓰라린 비극을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자야바르만 7세의 야심찬 꿈이 석조로 구현된 바이욘 사원은 앙코르 톰의 중심에 우뚝 서 있다. 이 사원은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당대의 종교관과 국가관, 그리고 사회상을 생생히 전하는 역사의 산 증인이다. 특히 두 회랑을 따라 정교하게 새겨진 부조 벽화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크메르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창문과도 같다.

그러나 영광의 순간 뒤에는 항상 그림자가 따르는 법. 자야바르만 7세의 시대가 저물고, 사원은 비극적 운명을 맞이한다. 한때 경건하게 모셔졌던 부처상들이 무참히 파괴되고, 그 자리에 힌두교의 상징인 링가가 들어서는 모습은 마치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는 듯하다. 순백의 대형 불상마저 땅속에 묻혀 침묵을 강요당했던 그 시절, 바이욘은 얼마나 깊은 슬픔에 잠겼을까?

하지만 역사는 계속 흘러간다. 오늘날 바이욘 사원은 일본 정부의 도움으로 서서히 그 위용을 되찾아가고 있다. 동쪽의 두 경장이 복원을 마치고, 이제 바깥 회랑의 탑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는 마치 오랜 잠에서 깨어나는 거인을 보는 듯한 장관이다.

‘바이욘’이라는 이름의 의미는 여전히 미스터리에 싸여있지만, 이 사원이 상징하는 바는 분명하다. 그것은 바로 승리와 영광이다. 자야바르만 7세의 빛나는 전공을 기리는 이 거대한 석조 기념물은, 전쟁과 평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인간 역사의 축소판과도 같다.

바이욘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54개의 탑을 장식했던 216개의 거대한 얼굴상일 것이다. 이 신비로운 얼굴들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크메르의 미소'라 불리는 상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바이욘 사원은 우리에게 묻는다. 영광과 몰락, 파괴와 재건을 거듭해온 인류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그 대답은 아마도 바이욘의 미소 속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명예 기자 앙나리 (캄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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