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추석이라는 큰 명절이 있다. 조상께 제물을 올리고, 가족과 함께 풍요로운 수확을 기뻐하며 가을의 맛을 나누는 이 행사는 한국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가을의 풍경이다. 솔잎에 쪄낸 송편이나 과일, 여러 가지 전이 차례상과 식탁을 장식하며, 가족이 함께 나누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일본에서도 가을은 “음식을 통해 결실을 기뻐하는 계절”이다. 전국적으로 통일된 수확제는 없지만, 지역마다의 행사에는 반드시 음식이 연결되어 있다.
추석과 같은 날짜에 해당하는 일본의 '쥬고야(十五夜 추석때 보름달)’에는 보름달을 닮은 '츠키미당고'(月見団子 하얀 경단)와 토란(일본에서는 가을 수확을 상징하는 음식)을 올리며 풍년을 기원한다. 가정 식탁에는 밤밥(밤을 함께 지은 밥)이나 고구마 조림 같은 가을 음식이 오르곤 한다. 한국의 추석과 마찬가지로 같은 달을 바라보며 계절의 음식을 나눈다는 점은 흥미로운 공통점이다.
매년 11월 23일의 '니이나메사이(新嘗祭 신찬제)’는 일본의 중요한 수확 감사 행사이다. 천황이 그 해의 신곡을 신에게 바치고 자신도 먹는 의식으로,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국가적 제사이고 전국의 신사에서 행해지고 있는 행사이다. 이 날은 ‘근로감사일’로 공휴일이기도 하다.수확에 대한 감사가 국가 행사로 제도화되어 있는 점에서 일본만의 전통이 드러난다. 햅쌀이 가장 중요한 제물이 된다. 갓 수확한 쌀을 지은 흰 쌀밥은 향과 단맛이 뛰어나 일본인에게 최고의 별미다. 가정에서는 햅쌀로 만든 주먹밥이나 버섯을 넣은 솥밥은 이 시기에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다. 한국의 송편이 추석을 대표하는 맛이라면, 일본의 햅쌀 요리야말로 수확의 기쁨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요리에는 가을 재료를 살린 다양한 요리가 있다. 향이 강한 버섯인 마쓰타케를 넣어 지은 '마쓰타케(송이버섯)밥'이나, 작은 주전자 모양의 그릇에 마쓰타케・새우・닭고기등를 넣고 쪄 국물 향을 즐기는 '도빈무시 '는 가을을 대표하는 별미다. 또한 기름이 오른 '꽁치 소금구이' 는 일본 가을의 상징적인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감이나 배 같은 가을 과일도 식탁에 오르며 디저트로 즐겨진다.
지역의 가을 축제 역시 음식과 깊은 관련이 있다. 신사의 참배길에 늘어선 노점에서는 '야키소바(밀가루 면을 채소와 고기,소스로 볶아 만든 볶음면)', '타코야키(작은 밀가루 반죽 속에 문어 조각을 넣어 구운 간식)', '린고아메(사과 탕후루)' 등이 팔리며 사람들에게 축제의 맛을 선사한다. 이러한 음식들은 한국의 야시장이나 축제 행사장에서 볼수 있어,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한국의 추석과 일본의 가을 행사들은 형태는 다르지만, 공통점은 “음식을 통해 자연의 은혜에 감사하고, 가족과 지역 사회가 기쁨을 나눈다”는 정신이다. 가을의 식탁에 오르는 다양한 요리들은 두 나라가 공유하는 그 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후지와라 나나꼬 명예기자(일본)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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