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다문화] 군사 퍼레이드와 역사 행사, 다문화 가정이 느끼는 이중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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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기사문 - 군사 퍼레이드와 역사 기념행사, 다문화 가
출처=베이징 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은 지난 9월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전쟁 승리 80주년'을 기념하는 군사 퍼레이드와 대규모 행사를 개최했다. 웅장한 규모와 강한 상징성은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고, 한국에서도 뉴스 화면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다소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다문화 가정, 특히 중국계 부모와 한국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자라는 아이는 학교와 사회 속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며 자부심을 키운다. 하지만 부모의 뿌리인 중국의 역사 기념행사를 접하는 순간, 아이는 '또 다른 정체성'과 마주하게 된다. 부모는 자녀가 두 문화를 함께 이해하길 바라지만, 그 방법을 늘 고민할 수밖에 없다.

군사 퍼레이드가 보여주는 '강한 국가'의 이미지는 자칫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다문화 가정에서는 이를 단순한 힘의 과시로만 보지 않고, '역사를 기억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방식'으로 해석해 자녀와 대화를 이어간다. "왜 이런 행사를 하는 걸까?", "한국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와 같은 질문은 가족이 서로의 뿌리를 존중하고 배우는 계기가 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다문화 가정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국가 기념행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해진다는 것은 곧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특정 국가의 애국심만을 강조하기보다는, 여러 문화적 경험 속에서 시야를 넓혀 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다문화 가정이 한국 사회에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일 것이다.
/이영 명예기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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