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다문화] 내가 만난 가을, 내가 느낀 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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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의 가을은 마치 어린 시절 일본 아키타현의 작은 시골 마을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으로 가득하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계절의 아름다운 장면일 뿐이겠지만, 나에게는 고향을 닮았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황금빛으로 물든 논밭과 울긋불긋한 단풍나무, 그리고 한적한 골목길을 따라 스며드는 선선한 바람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특히 저녁 무렵 석양이 지고 산맥이 실루엣처럼 드러날 때면, 어린 시절 고향에서 보던 풍경과 닮아 있어 순간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웃 사람들은 저마다 일상 속에서 가을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누구는 대문 앞에 고추를 널어 햇볕에 말리며, 계절의 풍요로움을 생활 속에 녹여내고, 또 누구는 집 앞에 핀 국화를 가꾸며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때때로 이웃끼리 수확한 과일을 나누고 따뜻한 차를 권하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웃의 따뜻한 마음과 정겨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렇게 소박한 일상이 그대로 풍경이 되어,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다가온다.

사실 보령의 풍경은 오래 전부터 나의 고향을 닮아 감동을 주었지만, 최근 들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웃의 따뜻한 마음이다. 처음에는 마치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는 듯 어색하게 느껴져 변함없이 거리를 두곤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온정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점점 한국 문화 속 '정'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서, 지금은 오히려 그 따스함이 가장 감사하게 느껴진다.

보령에서 맞이하는 가을은 단순한 생활권이 아닌, 어린 시절과 현재를 연결하는 마음의 다리다. 고향의 따스한 기억과 이웃의 따뜻한 마음까지 더해진 이 계절은 나에게 소중한 위안과 추억을 선사한다.
후지와라 나나꼬 명예기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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