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사람들은 저마다 일상 속에서 가을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누구는 대문 앞에 고추를 널어 햇볕에 말리며, 계절의 풍요로움을 생활 속에 녹여내고, 또 누구는 집 앞에 핀 국화를 가꾸며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때때로 이웃끼리 수확한 과일을 나누고 따뜻한 차를 권하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웃의 따뜻한 마음과 정겨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렇게 소박한 일상이 그대로 풍경이 되어,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다가온다.
사실 보령의 풍경은 오래 전부터 나의 고향을 닮아 감동을 주었지만, 최근 들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웃의 따뜻한 마음이다. 처음에는 마치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는 듯 어색하게 느껴져 변함없이 거리를 두곤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온정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점점 한국 문화 속 '정'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서, 지금은 오히려 그 따스함이 가장 감사하게 느껴진다.
보령에서 맞이하는 가을은 단순한 생활권이 아닌, 어린 시절과 현재를 연결하는 마음의 다리다. 고향의 따스한 기억과 이웃의 따뜻한 마음까지 더해진 이 계절은 나에게 소중한 위안과 추억을 선사한다.
후지와라 나나꼬 명예기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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