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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리치는 여러 개의 둥근 돌기가 이어진 독특한 초록색 껍질이 특징이다. 울퉁불퉁한 모양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생김새부터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겉모습은 조금 낯설지만 잘 익은 과일을 자르면 안쪽에는 하얗고 부드러운 과육이 들어 있다. 과육은 달콤하고 촉촉하며, 충분히 익은 번리치는 숟가락으로 떠먹을 수 있을 만큼 부드럽다. 과육 사이에는 검은색 씨가 들어 있어 씨를 제외하고 먹는다.
번리치는 생김새가 불상의 머리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한국에서는 흔히 '석가'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과일이지만 중국 남부와 대만을 비롯한 따뜻한 지역에서는 비교적 친숙한 과일이다.
특히 번리치는 대만의 대표적인 과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대만에서만 자라는 것은 아니다. 중국 남부의 따뜻한 지역에서도 재배되며, 광둥에서도 오래전부터 즐겨 먹어 왔다. 광둥에서는 '판구이리치(番鬼荔枝)'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에는 차이가 있지만 달콤하고 부드러운 과육이 특징이라는 점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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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중국 광둥에서 자라면서 어린 시절부터 이 과일을 먹었다. 가족들과 함께 과일을 나누어 먹었던 기억 속에 번리치는 고향의 맛으로 남아 있다. 한국에 와서 생활하면서 이 과일을 쉽게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뒤에는 오히려 번리치를 볼 때마다 고향과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한국과 중국은 가까운 나라이지만 지역과 기후에 따라 즐겨 먹는 과일에도 차이가 있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과일이 중국에서는 다르게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반대로 중국에서는 흔히 먹는 과일이 한국에서는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번리치 역시 이러한 음식문화의 차이를 보여주는 과일 중 하나다.
겉모습은 낯설지만 속은 달콤한 번리치.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과일이지만 중국 광둥에서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어 온 친숙한 과일이다. 하나의 과일을 통해 다른 나라와 지역의 음식문화를 알아보고,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일상과 추억까지 이해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문화 교류가 아닐까.
최효정 명예기자(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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