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다문화] 한국에서 장을 보며 배운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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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에게 마트에서 장을 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베트남에서 장을 보던 것처럼 돈만 가지고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사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한국 마트를 몇 번 방문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처음 마트에 갔을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은 포장지에 적힌 한국어였다. 식품 코너 앞에서 한참 동안 서 있었지만 무엇을 사야 할지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익숙해 보이는 음식도 있었지만 한국어 이름을 몰라 고르기가 어려웠다.

결국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거 뭐야?"

남편이 한국어로 설명해 줬지만, 설명을 듣고 나니 오히려 더 헷갈리기도 했다. 특히 한 번은 채소를 사고 싶었지만 그 이름을 몰라 손으로 가리키며 몸짓으로 설명해야 했다. 남편은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결국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들었다.

그 순간 자신이 장을 보러 온 사람이 아니라 몸짓으로 단어를 맞추는 게임에 참가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마트에 자주 다니면서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배추, 무, 고추, 파 등 자주 사용하는 식재료의 이름을 하나씩 기억하기 시작했다. 가격표를 보는 것도 익숙해지면서 어떤 물건이 할인 중인지도 조금씩 알 수 있게 됐다.

마트는 한국어를 배우는 공간이 되기도 했다. 책으로 공부할 때는 잘 기억하지 못했던 단어도 마트에서 직접 보고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억할 수 있었다. 생활 속에서 반복해서 접한 단어들이 머릿속에 오래 남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마트에서 무엇을 사야 할지도 몰랐지만, 이제는 혼자서 장을 보고 필요한 물건을 직접 고를 수 있게 됐다. 아직 한국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순간도 있지만, 예전처럼 부끄럽거나 당황하지는 않는다.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매일 한국어 단어 하나를 배우고, 한국 음식 하나를 알아가며, 한국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조금씩 이해하는 과정이 곧 한국 생활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다.

한국에서 장을 보며 얻은 가장 큰 깨달음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어를 몰라도 장은 볼 수 있지만, 한국어를 알면 장보기가 훨씬 덜 힘들다."
쩐티미유엔 명예기자(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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