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다문화] 내게 필요 없는 물건,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도움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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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와서 신기했던 것 중 하나는 아파트 단지마다 있는 헌옷수거함이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헌옷수거함 주변을 기웃거리곤 했다. 새것처럼 보이는 옷이 있으면 한두 벌 가져와 입어보기도 했다. 당시 나에게 다른 사람이 입지 않아 내놓은 옷은 낯선 한국 생활을 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고마운 물건이었다.

한국에서 몇 년을 살다 보니 나도 옷을 정리할 일이 생겼다. 상태가 좋은 옷은 기부하고, 나머지는 헌옷수거함에 넣었다.

그러던 어느 가을날, 아파트에 새로 이사 온 동남아 출신의 친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버리실 겨울 잠바 같은 거 있으면 저 주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차 싶었다. 얼마 전 겨울옷까지 모두 수거함에 넣어버렸기 때문이다. 겨울이 없는 나라에서 온 친구에게 한국의 추운 겨울은 처음일 텐데, 왜 진작 생각하지 못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나 역시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그랬다. 가져온 옷도 많지 않았고, 다른 사람에게 옷을 얻어 입기도 했다. 몇 년 동안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어느새 그때의 마음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집에 돌아와 둘러보았다.

'나는 사용하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건이 없을까?'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그릇 세트와 선물 받은 유리컵, 너무 많아 남아 있던 옷걸이 등을 하나씩 꺼내 아파트 엘리베이터 옆에 놓았다. 그리고 종이에 짧게 적었다.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

다음 날 보니 물건은 거의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누가 가져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히려 내가 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집 한구석에 잠들어 있던 물건들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다시 쓰이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물건을 정리하는 기준도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버릴까, 말까'를 먼저 생각했다면 이제는 '혹시 주변에 이 물건이 필요한 사람이 없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특히 처음 한국 생활을 시작하는 외국인들에게는 겨울 외투 한 벌, 그릇 하나, 컵 하나도 꼭 필요한 생활용품이다. 나에게는 남는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기부라고 하면 좋은 물건이나 큰돈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나 역시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누군가가 내어준 옷과 물건을 사용하며 이곳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이제는 내가 누군가에게 그렇게 해줄 차례인지도 모른다.

내게 필요 없어진 물건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한국의 첫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게 하는 외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낯선 곳에서 건네받은 작은 물건 하나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따뜻한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현나 명예기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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