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일본 히로시마에서 어머니와 오빠와 같이 늘 여름이 오면 반딧불이를 보러 가던 추억이 있어 너무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갔다.
반딧불이는 보통 6월 초여름에 빛을 내며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6월에 볼 수 있는 반딧불이는 운문산반딧불이고 그 다음에 나타나는 것이 애반딧불이고 지금처럼 9월 초 늦여름에 나타나는 것이 늦반딧불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을 해야 하지만 예약이 꽉 차서 실망했다가 현장접수라도 해보려고 무작정 무주로 갔는데 다행이도 예약 취소가 있어 자리가 생겼다.
저녁 7시가 되어 어두컴컴해질 무렵 많은 사람들이 여러 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반딧불이 서식지로 이동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어둠 속 천변을 걷기 시작했는데 초입부터 하늘을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초록의 불빛들이 나를 반겼다.
순간 나는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고 가까이 다가오는 반딧불이를 향해 손을 뻗다 보니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듯 소녀감성을 발산시키기에 충분했다.
약 40분 정도 길을 걸으며 영롱한 빛과 함께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보며 사람들은 환호를 했다.
어떤 겁 없는 반딧불이는 사람 가까이 오는 바람에 잡히기도 하였다.
반딧불이를 잡으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사람들이 모여들어 함께 구경하고 다시 하늘로 날려보냈다.
천변을 사이로 양쪽 풀숲에서 끝없이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들 사이에서 신비감을 느끼며 이번 '반딧불이 신비탐사' 체험은 마치 한 여름밤의 꿈과 같이 나에게 한국에서의 아름다운 또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아사오까 리에 명예기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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