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북한에서 제가 겨울방학마다 할머니집에 가면 할머니가 특식처럼 해주시던 통강냉이죽(옥수수죽)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저의 어린시절 이야기에도 친할머니와 외할머니가 늘 함께 하셨습니다. 할머니를 떠올리면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통강냉이죽(옥수수죽)이었습니다. 북한은 12월 말부터 겨울방학이 시작되는데 그때가 되면 엄마는 저희를 데리고 기차를 타고 할머니 집으로 데리고 가셨답니다. 밤에 도착하던, 낮에 도착하던 할머니는 저희가 할머니집 대문에 이르러 "할머니~"하고 부르면 맨발로 나와 맞아주시곤 했답니다. 그러곤 저희를 이끌고 제일 따뜻한 아랫목으로 앉히시고 손발을 녹여주셨답니다. 저희가 온 이튿날 부터는 할머니께서 무척 손이 바쁘셨답니다. 저희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주려고 아침부터 발방아로 옥수수를 찧어 옥수수 껍질을 벗겨내시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 큰 쇠가마에 껍데기를 벗겨낸 옥수수와 강낭콩, 작두콩을 넣어 죽을 쑤어주셨습니다. 가마솥에 죽이 눌러붙을까봐 나무 주걱으로 휘휘 저어주시고 또 저어주시고. 통강냉이죽(옥수수죽)은 할머니 정성으로 맛있게 익었습니다. 깍두기와 김치를 올려 먹던 그때 그 죽맛은 몇십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수가 없네요. 추운 겨울날에 할머니댁 따뜻한 온돌바닥에 앉아서 뜨거운 통강냉이죽(옥수수 죽)을 후~후 불며 먹던 시절이 겨울만 되면 생각나네요. 통강냉이죽은 저에게 있어서 할머니의 특별한 음식이었습니다.
할머니가 정성껏 저희를 위해 쑤어주시던 통강냉이죽(옥수수죽)을 제손으로 정성껏 할머니한테도 만들어주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이젠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그럴수도 없답니다. 할머니가 많이 보고플때 산소에 가서 인사드리고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우리나라가 둘로 갈라져 있어서 못가보네요. 하루속히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여 마음껏 할머니 산소라도 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한복희 명예기자(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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