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다문화] 그리운 중국 '춘절'의 기억

  • 글자크기 설정

clip20240215100658
중국 명절 중에서도 가장 큰 명절로 꼽히는 설날은 '춘절(春節)'이라고 부릅니다. 봄을 맞이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한다는 뜻입니다. 최대 명절인 만큼, 정부에서 발표하는 춘절의 공식적인 휴일은 일주일이지만, 중국은 땅이 워낙 크다 보니 2주나 3주 동안 쉬는 상황도 많습니다.

정부도 춘절 전후 40일간을 '춘윈'이라고 하는 특별 수송 기간으로 정하고 철도와 항공편을 임시 증편합니다. 매년 연말이면 기차표 한 장 구하기도 어렵지만, 운전을 해서, 고속철도와 비행기를 이용해서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사정이 있으면 고향에 아예 못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땅이 넓고 물산이 풍부한 중국에서는 풍습도 음식도 지역별로 다양합니다. 0

제 고향은 북쪽에 있는 북경과 아주 가까운 마을이었습니다. 몇십 년 전의 농촌은 아직 물질이 비교적 결핍했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 가장 바라던 것은 설을 쇠는 것이었습니다.

연말이 되면 장에 가서 새 옷이랑 필요한 물건들을 준비해두고, 음력 12월 24일에 집안 대청소로 시작이 됩니다. 먼지를 치우는 풍습인 사오천(掃塵)에서 유래해 이날을 샤오녠(小年)이라고 부릅니다. 먼지 천(塵·진)은 낡았다는 뜻의 천(陳·진)과 발음이 같습니다. 묵은 것을 치우고 새롭게 한 해를 맞이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음력 30일에 대련(對聯)을 대문에 붙여야 합니다(중국 사람들은 빨간색을 행운의 색깔로 생각하기 때문에 빨간색 종이에 행운을 표현하는 문구를 쓴 대련을 문의 양쪽과 위쪽에 붙인다). 문 한가운데에는 복(福) 자를 붙입니다. (복 자는 거꾸로 붙여야 복이 들어온다는 믿음이 있어 집집마다 거꾸로 붙여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춘절 전날 밤인 '제석(除夕)' 저녁이 되면 온 대륙이 축제 분위기입니다. 저녁만큼은 반드시 온 가족이 한곳에 모여 같이 식사를 준비합니다. 우리 북쪽에 식탁에서 삐지지 않은 것이 바로 물만두입니다. 물만두를 같이 빚고 고기와 야채 등 풍성한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식사를 마치고 반드시"춘절 디너쇼(春節晩會)"라고 부르는 특별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이 정해져 있는 일정입니다. 저녁 8시부터 밤 12시 넘어서까지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다채롭게 방송합니다. 중국 사람들은 이 프로그램을 보지 않으면 왠지 설을 쇤 것 같지 않아 허전하다고 말할 정도로 보편적인 설 전날의 풍경이 되었습니다. 요즘엔 중국 국제 방송 채널만이 아닌 유튜브, OTT, 틱톡으로도 동시 송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에서도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밤 12시 새해의 종소리가 울리면 서로 새해 인사를 나누고, 마당에서 폭죽을 터뜨리고, 젊은 사람들이 밤새도록 놀 수도 있습니다.

설날 아침에 일어나 새 옷을 입고 물만두 위주로 식사를 마치면 이웃, 가까운 친척들이 서로 세배를 하는데, 아이들은 세뱃돈을 받는 것을 가장 즐거워합니다. (세뱃돈도 반드시 빨간색 봉투, 즉 '홍바오(紅包)'에 담아서 줘야 한다). 설날에 한국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하듯 중국에서는 춘절에 '過年好(꾸워니엔하오)!/新年快樂(신니엔콰이러)!'라고 인사를 나눕니다. 집마다 식탁 위에는 사탕, 과일, 건과 등이 많이 올려져 있습니다. 점심때가 되면 거의 새해 인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 식사를 했습니다.

음력 1월 2일은 시집간 딸들이 친정을 찾는 즐거운 날입니다. 그 이후에는 조금 먼 곳에 있는 친척들이 서로 새해 인사를 하고, 선물도 주고받고, 이때에는 마을 행사도 많이 있습니다. 음력 보름날까지는 거의 매일 놀러 다녔습니다. 보름날이 지나면 외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제 고향의 춘절 모습이었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정신없이 바쁘게 살고, 생활방식도 조금씩 바뀌고 있고, 전통 풍습도 사라지고 있고, 휴대폰으로 얼굴을 보며 인사도 하고 안부를 물을 수 있도록 편해졌고, 이런저런 이유로 고향을 못 가는 상황도 많이 생깁 니다. 그래서 춘절 풍습과 문화가 변화됨에 안타깝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같이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그곳에 있기 때문에, 제 어릴 때 명절 분위기가 매우 짙은 이유입니다. 그래서 몸도 마음도 풍족했던 그 시절 '춘절'이 더 그립습니다. 쉬야니 명예기자(중국)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