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다문화]산수유 마을, '오곡동'의 봄

  • 글자크기 설정

4-7_박진희명예기자
지금 개나리, 진달래, 수선화는 우리 산야에 울긋불긋 곱디고운 수를 놓느라 분주하다. 겨우내 따뜻한 봄이 오기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어떤 봄꽃을 가장 반기고 있을까? 혹자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군자의 꽃 '매화'를 떠올릴 것이다.

또 어떤 이는 봄에 온 가인과 같고,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 길잡이라 불리는 목련이라 답할지도 모른다.

공주시 금학동 관할의 오곡동에 가서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아마 열에 아홉은 '산수유(山茱萸)꽃'이라고 답할 가능성이 높다.

오곡동(梧谷洞)은 오동나무가 많은 데서 지명이 유래한 부락이지만, 한때는 구례, 이천, 의성 못지않게 산수유나무가 많아서 '산수유 마을'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곳이다. 매년 3월이면 황금색 산수유꽃이 눈부시게 벌어지고, 10월 무렵에는 빨간 열매가 탐스럽게 매달려 온 마을을 붉게 물들였다고 한다.

건강식품의 대명사인 산수유 열매는 두통, 이명(耳鳴), 해열, 변비 등에 약재로 쓰이고, 식은땀, 야뇨증 등의 민간요법에도 사용돼 수요가 많다. 산수유 열매에서 신장 질환, 위장 출혈 등의 부작용을 유발하는 독성 강한 씨는 '옥에 티'다. 일일이 사람 손으로 씨를 빼내고 과육만 말려서 차나 약재로 써야 하니, 돈 궁하던 시절에는 동네 꼬맹이들도 일손을 보탰다. 저가의 중국산 산수유가 약재상을 장악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며칠 전 오곡동에 들렀더니 동네 토박이 어르신 왈, "산수유가 돈이 안 되면서 동네 밑동 굵은 산수유는 비싼 값에 부잣집 조경수로 많이 팔려 나갔어."라고 한다.

산수유 꽃구경에 나섰다가 매년 우리 곁에 찾아오는 봄이지만, 매년 같은 봄은 아니라는 안타까움에 속절없이 불어대는 황사바람에 괜스레 곱지 않은 눈길을 날려본다.

박진희 명예기자(한국)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