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다문화] 천 년을 걷다: 공항에서 만난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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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공항 하면 보통 무엇이 떠오르는가? 면세점, 카페, 레스토랑, 놀이 공간…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올해 고향인 중국 서안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우연히도 서안의 새롭게 건설된 T5 국제 터미널 개방과 맞닥뜨렸다. 공항의 정문을 들어서는 순간, 거대한 귀여운 판다가 환영하듯 자리하고 있었다. 그 환한 미소를 따라 시선을 옮기자, 웅장한 당나라풍의 건축물이 공항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곳은 과연 어떤 공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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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은 고대에 장안이라 불리며, 서주 시대부터 당나라까지 무려 13개 왕조가 이곳을 수도로 삼았다. 그 역사는 1,100년을 훌쩍 넘어, 중국 역사에서 가장 오랜 기간 수도의 역할을 했으며, 문명과 문화의 중심지로서 깊은 영향을 미친 도시 중 하나이다.

이렇듯 유서 깊은 역사를 품은 서안에서 2020년 12월 공항 확장 공사가 시작되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발굴 작업이 진행될수록 땅속에 숨겨져 있던 과거가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나기 시작했다. 고고학자들은 연이어 4,093기의 고분을 발견했고, 그 안에서 2만여 점에 달하는 유물이 출토되었다. 이는 고고학계에 커다란 흥분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공항 확장 사업에는 전례 없는 난관으로 작용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까? 유물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까, 아니면 유적을 피해 공사를 진행해야 할까? 두 가지 선택지 모두 쉽지 않은 고민이었다.

고민 끝에, 고고학자들과 건설자들은 혁신적인 결정을 내렸다. 바로, T5 터미널 내부에 박물관을 세우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공항 확장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하면서도, 소중한 역사 유산을 원형 그대로 보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세계 최초로 공항 안에 자리 잡은 박물관이 탄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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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분주한 공항 1층 로비를 지나 고요한 2층 박물관으로 올라서는 순간, 마치 시간을 거슬러 천 년을 뛰어넘고, 공간을 초월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북주 시대의 동로마 황금 주화, 수나라의 채색된 낙타 조각, 당 왕조 관리들이 궁정을 오가며 사용했던 어부(魚符)까지 그 모든 유물 속에서 역사는 조용히 흐르고, 과거의 숨결이 은은히 전해져 온다.

박물관을 나서는 순간, 또 다른 묘한 감각이 스며든다. 천년 전, 서안은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었기에 상인들의 대상이 끊임없이 오가며, 낙타들은 비단과 향료, 도자기를 싣고 머나먼 길을 걸었다. 그리고 오늘날, 붐비는 공항 안에서 누군가는 먼 곳을 향해 떠나고, 또 누군가는 이곳으로 돌아온다.

고대와 현대가 이곳에서 신비롭게 어우러지고, 시간과 공간이 이 순간 찬란하게 교차하고 있다.
당리 명예기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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