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볏과 식물인 죽순에 함유된 단백질의 약 70%는 아미노산과 베타인, 콜린 등이어서 독특한 맛을 지니고 있다. 죽순의 아린 맛은 아미노산인 타이로신(Tyrosine)이 산화한 옥살산(蓚酸)과 청산배당체 때문이라고 한다. 이 두 가지 성분은 열에 약해서 익히면 사라진다.
죽순은 아삭한 식감과 양념을 잘 받는 성질 때문에 중화요리인 팔보채나 짬뽕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찌고, 조리고, 볶은 일본 가정식 요리나 일본식 라면에도 빈번히 사용된다. 그에 비해 한국은 동북아시아에서 죽순의 소비량이 가장 적다. 아삭한 식감 외에는 무미(無味)에 가까운 죽순의 미각적인 면에서 꺼려지는지 모른다. 그보다는 한반도의 지형과 기후에서 더욱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대나무 재배 가능 지역이 북상 중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의 경우 대나무가 나는 지역이 주로 남도에 한정돼 있어서 채취와 유통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한다. 죽순은 생장 중인 어린 식물이어서 시간이 지나면서 아미노산과 당류의 소비가 진행돼 맛이 떨어진다. 저장이 어려워 보통은 통조림 형태로 소비될 수밖에 없다. 가끔 통조림에 보이는 흰 앙금은 부패한 것이 아니다. 죽순에 들어있는 수산염, 키시란, 전분, 아미노산 등이 타이로신과 결합해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죽순을 삶아 물에 잘 헹구거나 메틸셀룰로스를 소량 첨가하면 방지할 수 있다.
삶은 죽순은 가늘게 썰어 죽순밥을 짓거나, 잘게 썰어 달걀에 버무려 끓인 죽순탕으로 끓이면 훌륭한 요리가 된다. 쇠고기 또는 돼지고기를 섞어 양념하여 볶은 죽순채는 영양적 균형이 뛰어난 나물 요리다. 정과는 별미 중의 별미다. 저칼로리 식품인 죽순은 식이섬유소가 풍부하고 헤모글로빈을 구성하는 비타민 B6가 함유돼 있다. 중풍 예방, 노화 방지 및 비만증이나 고혈압에 좋다고 하니, 제철(4월~6월)에 한국인의 밥상에서 자주 보길 바란다.
박진희 명예기자(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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