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다문화] 창밖에 찾아온 파란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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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2]물까치_세츠코 기자
4월 말, 우리 아파트 창가에 새집이 생겼다. 물까치의 둥지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까치와 달리 연한 파란색 날개와 길쭉한 꼬리를 가진 새다. 물까치는 일본에서 행운의 새로 여겨진다. 부부가 협력해 새끼를 키우는 모습이 가정의 화목과 자손 번영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물까치는 기쁜 소식을 전하는 길조(吉鳥)로 전해져 내려오며 민화와 속담 속에 자주 등장한다. 예상치 못한 손님이 반갑고, 우리는 조심스럽게 이 새 가족의 삶을 지켜보기로 했다.

[7-5]물까치_세츠코 기자
4월 29일, 첫 알이 둥지에 놓였다. 매일 하나씩 알이 늘어나 결국 8개가 됐다. 어미 새는 비가 오나 바람이 불어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묵묵히 알을 품었다. 수컷은 매일 먹이를 물어다 주며 짝을 보살폈다. 우리 가족도 가끔 먹이를 챙겨주었고, 등을 쓰다듬는 것도 받아들일 정도로 가까워졌다.

5월 21일, 기다리던 첫 부화가 시작됐다. 작은 부리로 가냘픈 소리를 내는 새끼들. 이후 며칠 사이 모든 알에서 새끼가 깨어났다. 갑자기 바빠진 물까치 부부는 새끼들을 위해 끊임없이 먹이를 구해다 날랐다.

[7-5-1]물까치_세츠코 기자
6월 초가 되자 새끼들은 부쩍 자라 날개를 퍼덕이며 둥지 가장자리로 나왔다. 어미 새는 새끼들이 배설한 똥을 직접 먹거나 멀리 버려 둥지 안을 청결하게 유지했다. 둥지에서는 "쀼이 쀼이" 하는 귀여운 소리가 퍼졌고, 우리는 매일 아침 이 소리에 미소를 지었다.

6월 8일, 이사의 날이 찾아왔다. 신기하게도 하루에 한 마리씩 차례로 둥지를 떠났다. 그런데 그중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걸려 꼼짝 못하게 됐다. 사람이 도우려 다가가자 갑자기 어디선가 10여 마리의 물까치들이 날아와 "깨애애애!" 하고 경계음을 내며 새끼를 보호하려 했다. 가족을 지키려는 강한 공동체 의식 같았다. 다행히 다음 날, 그 새끼도 스스로 날아올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약 한 달간 함께한 물까치 가족은 우리 가족에게도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줬다.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자식을 돌보는 부모의 헌신, 협력, 그리고 공동체의 유대감. 물까치의 하루하루는 감동과 배움의 연속이었다. 이제 둥지는 비어 있지만, 아직도 가까이에서 들리는 새끼 목소리에 물까치 가족의 행복을 빌 뿐이다.
소마세츠코 명예기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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