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거리에서는 종종 눈길을 사로잡는 독특한 자동차들이 등장한다. 바로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캐릭터로 외관을 꾸민 차량, ‘이타샤(痛車)’다. 이타샤는 일본 오타쿠 문화의 한 갈래로, 자신의 취향과 팬심을 자동차에 표현하는 커스터마이징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타샤(痛車)’라는 단어는 일본어의 ‘아프다(痛い)’와 ‘자동차(車)’를 결합한 말이다. 여기서 ‘痛い’는 단순히 육체적 고통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과해서 민망하거나 부담스럽다”, “좀 지나치지 않아?” 같은 풍자적이고 자조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다. 즉, 처음에는 “보기에 너무 튀어서 정신적으로 아프다”는 의미로 조롱 섞인 표현이었지만, 지금은 자기 표현의 방식으로 긍정적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이타샤 차량은 주로 미소녀 캐릭터나 인기 애니메이션 주인공을 중심으로 꾸며지며, 차량 외관 전체를 랩핑하거나 스티커로 장식한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오토바이(痛単車), 자전거(痛チャリ), 심지어 버스나 전철까지도 이타샤 스타일로 꾸며지는 경우가 있다.
이타샤는 도쿄 아키하바라, 오사카 닛폰바시 등 오타쿠 문화가 활발한 지역에서 자주 볼 수 있으며, 관련 이벤트도 정기적으로 열린다. 대표적인 행사로는 ‘이타샤 텐고쿠(痛車天国)’가 있으며, 수백 대의 이타샤가 한자리에 모여 장관을 이룬다.
이 문화는 단순한 자동차 꾸미기를 넘어, 자신의 정체성과 애정을 거리에서 표현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일부는 실제 레이싱 대회에 참가하는 ‘레이싱 이타샤’로 진화하기도 하며, 기업과 협업한 공식 이타샤도 등장하고 있다.
물론 사회적 시선은 다양하다. 과도한 표현으로 인해 부정적인 반응을 받기도 하지만, 일본 내에서는 점차 개성 있는 문화로 인정받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팬층이 형성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캐릭터 랩핑 차량이 점차 늘고 있지만, 이타샤처럼 개인의 팬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문화는 아직 생소한 편이다. 일본의 이타샤 문화는 단순한 자동차 꾸미기를 넘어, 서브컬처와 자아 표현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문화적 현상으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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