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다문화] 한국불교 사찰음식,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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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박진희 명예기자_사찰음식
지난 5월 19일(월), 국가유산청은 사찰음식을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바 있다. 흔히 ‘절밥’으로 불리는 사찰음식은 본디 불가(佛家)에서 수행하는 정신을 계승하고, 정진하여 지혜를 얻기 위해 먹는 음식을 일컫는다. 
 사찰음식은 육류와 생선, 술 외에 오신채(五辛菜)를 사용하지 않는 점에서 속세의 그것과 가장 두드러진 차이를 보인다. ‘오훈채(五葷菜)’, ‘오신반(五辛盤)’, ‘입춘채(立春菜) 등으로 불리는 오신채는 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를 말한다. 이른바 불가에서 신체적˙ 정신적 번뇌를 유발하여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여기는 다섯 가지 자극적인 채소를 지칭한다. 지역과 시대에 따라 오신채의 구성에는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흥거 대신 양파를, 일본에서는 생강을 포함한다. 서양에서는 양파, 마늘, 리크(leek), 차이브(chive) 등을 오신채로 분류하기도 한다.

 얼마 전 계룡산(鷄龍山)의 정기를 느낄 수 있는 곳에 자리 잡은 약선˙·사찰음식 전문점에 다녀온 일이 있다. 약차(藥茶)를 시작으로 더덕잣배무침, 들깨사과샐러드, 곱게 채 썬 무전, 연잎밥과 된장국 등이 제공됐다. 불교에서 금하는 육류나 생선을 재료로 쓴 불고기나 조기찜도 식탁에 올랐으나, 조리 과정에서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는 점은 일관되었다. 이렇듯 사찰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사찰음식은 근래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까지 참살이음식(웰빙식) 또는 비건밥상으로 알려지면서 일반 음식점이나 대중매체 등을 통해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한불교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직접 보고 듣고 배우는 사찰음식 강좌를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주식과 부식, 찜류, 구이, 면류, 죽류 등의 사찰음식 재료와 조리법도 공개하고 있다. 8월 중순, 사찰음식이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여 사찰음식 국제학술 심포지움도 열렸다. 
사찰음식은 자비, 생명 존중, 비폭력, 건강 실천 등 불교의 가르침과 생태적 삶의 태도를 식문화로 실천하는 문화유산이다. 사찰음식의 국가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4세기 초에 전파되어 뿌리내린 한국불교의 면면을 만방에 알릴 수 있는 창구가 활짝 열리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박진희 명예기자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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