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다문화] 현지인이 추천한 북경 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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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이 추천한 북경 미식3
지난달, 딸과 함께 북경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첫날 택시에 올라타자마자 기사님께 물었다.

  “며칠만 머무를 건데요, 뭐부터 먹는 게 좋을까요?”

  운전대를 돌리시던 기사님은 진한 베이징 억양으로 말했다.
  “동과훠궈, 베이징카오야, 자장면, 이 셋이면 틀림없지!”

  좋아, 기사님 말씀대로 가보자!


  첫 번째 코스: 동과훠궈(구리냄비 샤브샤브)

  우리는 이화원 근처의 전통 훠궈 전문점을 찾았다. 아이는 이미 여러 번 훠궈를 먹어봤지만,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긴 굴뚝이 달린 구리냄비가 등장하자 눈빛을 반짝였다. 식당 주인에 따르면, 구리냄비는 열전도율이 높고 열 보존이 뛰어나다고 한다. 가운데 숯불이 천천히 타오르며 끓인 국물은 끝까지 일정한 온도를 유지했다. 이런 불로 익힌 고기는 유난히 부드럽고 향도 깊었다.
  얇게 저민 소고기를 하나 집어 살짝 넣고, 3~4초 후에 건져내 국물을 털고, 진한 소스에 찍어 한입 넣는 순간—마치 인생의 모든 만족이 그 한 점에 담긴 듯한 기분이었다.

현지인이 추천한 북경 미식1
두 번째 코스: 베이징카오야(북경오리구이)

  북경오리구이는 그 자체로 의식과 같은 경험이다. 오리 굽는 셰프가 카트를 끌고 와서 반질반질 윤기 나는 통오리를 능숙하고 얇게 썰어준다.

  테이블에는 벌써 재료가 준비되어 있었다: 춘장, 파채, 오이채, 백설탕, 따끈따끈한 전병(얇은 밀전병). 모든 재료가 갖춰지자, 종업원이 붉은 사자 모양의 장식물을 가져와 테이블 옆에 놓고 드라이아이스를 넣었다. 순간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며 마치 선경에 온 듯했다.

  종업원은 웃으며 말했다. “이건 재물이 굴러들어온다는 뜻이에요.”

  가장 전통적인 먹는 법은 전병 위에 파채와 오이채, 춘장에 찍은 오리고기를 얹어 싸 먹는 것이다. 한입 베어 물면 바삭함과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지며, 향긋한 여운이 오래 남는다. 딸아이가 제일 좋아한 건 오리껍질이었다. 바싹하게 구운 껍질을 설탕에 찍어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는 맛에 “디저트 먹는 기분이야!”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현지인이 추천한 북경 미식2
세 번째 코스: 자장면

  자금성을 구경한 날, 우리는 자장면을 시켰다. 자장면이 나오자 딸아이는 다채로운 고명에 먼저 눈길이 갔다. 오이채, 오이, 샐러리, 콜라비 등과 같은 신선한 채소들과 진한 자장 소스를 면 위에 부어 섞자 고소한 향기가 퍼졌다.

  자장면은 베이징의 가정식 대표 메뉴 중 하나다. 작가 라오서(老舍)의 작품에도 자주 등장한다.
예를 들어, 『나의 일생(我的一辈子)』이라는 글에서는 주인공 ‘나’—평범한 늙은 경찰이 드디어 승진했을 때, 딸에게 “오늘은 자장면 먹자!”라고 기쁘게 말한다. 한 그릇의 면은 단순한 맛이 아닌, 평범한 일상 속 반짝이는 기쁨을 담고 있는 것이다.

  북경에는 아직도 맛보지 못한 음식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나는 아이와 약속했다. 다음에 꼭 다시 베이징을 찾아, 더 많은 ‘베이징의 맛’을 즐기자고.
당리 명예기자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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