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다문화] 중추절, 달 아래 가족 사랑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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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8월 15일, 1년 중 가장 밝고 둥근 보름달이 떠오르는 이 날은 아시아 여러 문화권에서 중요한 명절로 기려진다. 중국에서도 한국의 추석처럼 이날을 중추절(中秋节)이라 부르며, 한 해의 수확을 축하하고 가족 간의 단원(團圓, 재회)을 도모하는 뜻깊은 명절로 보낸다.
중추절의 기원은 달에 대한 숭배와 깊은 연관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활의 명인이었던 '호우이'의 아내 '항아'가 불사의 약을 먹고 달로 날아간 뒤, 호우이가 그녀를 그리워하며 달에 제사상을 차린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중추절의 핵심 풍습 중 하나는 바로 달맞이(배월)다. 위진 시대에 시작되어 당나라와 송나라를 거쳐 크게 유행한 달맞이 풍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중추절 밤이 되면 가족들은 둥근 달 아래 한데 모여 월병(月饼), 신선한 과일, 향긋한 중국 차를 나누며 덕담을 주고받는다.  특히 월병은 둥근 달처럼 온전한 가족의 화합과 행복을 상징하며, 이웃과 친지들에게 선물하는 중요한 풍습으로 자리 잡았다. 이 외에도 소원이나 기도를 적은 등불을 하늘에 띄워 보내는 아름다운 풍습은 밤하늘을 수놓으며 장관을 이룬다. 

중국은 광활한 영토만큼이나 중추절을 보내는 풍습도 지역과 민족별로 다양하다. 내몽골의 몽골족은 말을 타고 밤새도록 달을 쫓는 추월이라는 놀이를 통해 기마 민족의 특징을 보여준다. 티베트의 장족은 강물에 비친 달을 건져 올리는 듯한 심월 풍습을 즐기며 달에 대한 경외감을 표현한다. 윈난성 더앙족의 중추절 밤은 후루성이라는 전통 악기 소리가 온 마을에 울려 퍼지며, 젊은 남녀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사랑의 매개체가 된다.

한국의 추석과 중국의 중추절은 명절의 기원이나 풍습, 대표 음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조상께 차례를 지내는 데 중점을 두는 반면, 중국은 달에 제사를 지내는 풍속에 집중한다. 음식 또한 한국은 송편, 중국은 월병으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두 명절이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가족이다. 조상을 기리고 풍요를 감사하며,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화목과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은 놀랍도록 닮아있다.

둥근 달 아래, 수천 년의 시간을 넘어 지금도 변함없이 이어지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평화에 대한 염원은 중추절을 단순한 명절이 아닌 삶의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는 의미 있는 날로 만든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도 가족의 중요성과 공동체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며,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명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쉬춘메이 명예기자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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