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다문화] 인도네시아 며느리와 함께한 한국의 추석, 문화가 어우러진 따뜻한 상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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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한 한국 가정의 부엌에서는 낯설지만 정겨운 풍경이 펼쳐졌다.

신문지와 돗자리가 깔린 바닥 위에서 가족들이 둘러앉아 전(부침개)을 부치고, 다양한 반찬을 함께 준비했다. 호박전, 야채전, 동그랑땡이 지글지글 익어가는 동안 웃음소리가 가득했고, 아이들은 옆에서 놀며 명절의 활기를 더했다.

이 가운데에는 인도네시아 출신 며느리도 함께 있었다. 그녀에게 한국의 추석은 단순한 명절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와 가족의 따뜻함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서 전 부치는 법을 배우며, 어른에게 예의를 갖추고 음식을 정성껏 담는 한국의 식사 예절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낯선 문화 속에서도 서툴지만 정성스러운 손길로 호박전과 김치전을 뒤집으며, 어느새 그녀의 손끝에는 한국의 '정(情)'이 스며들었다.

하지만 이 풍경은 단순히 한국식 전통의 답습만은 아니었다. 인도네시아 며느리들은 자신이 익숙한 향신료나 조리법을 살짝 더해 두 나라의 맛이 어우러진 새로운 명절 음식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음식문화가 한 상 위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집안 가득 따뜻한 향기가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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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의 의미는 음식 준비를 넘어, 가족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조상을 기리는 것에 있다. 인도네시아 며느리들은 이런 전통 의식에 참여하며 한국의 가족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그 속에서 존중과 연대의 가치를 느낀다. 서로의 문화가 교차하는 그 순간, 명절은 한층 더 풍요로워지고 따뜻해진다. 많은 인도네시아 며느리들에게 추석은 단순한 체험이 아닌 한국 가족의 일원이 되었다는 실감의 순간이다. 그들에게 명절은 배우자의 가족과 가까워지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며, 평생 기억에 남을 따뜻한 추억을 쌓는 시간이다.

한국의 추석상 위에 인도네시아의 손맛이 더해질 때, 그것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문화가 만나고 마음이 이어지는 한가위의 이야기가 된다.
우수와툰 하사나 명예기자(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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