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다문화] 마음을 물들이는 한국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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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음을 물들이는 한국의 가을_이지연(본인제공,AI)
나는 베트남에서 태어나 따뜻한 햇살과 푸른 자연 속에서 자랐다. 그런 내가 한국에서 처음 맞이한 가을은 인생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계절이었다. 하늘은 유난히 높고 푸르며, 공기는 선선하고 맑았다. 길가의 은행나무는 황금빛으로 물들고, 산과 공원은 붉은 단풍으로 불타올랐다. 그 풍경 속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한국의 가을은 단순히 날씨가 좋은 계절이 아니다. 그 안에는 기다림과 그리움, 그리고 감사의 마음이 스며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사람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참 예쁘다"라고 말한다. 그 짧은 한마디에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지금 나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딸과 함께 한국에서 살고 있다. 가을이 오면 가족과 손을 잡고 단풍이 물든 산책길을 걷는다.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을 보며 아이가 웃는 모습을 볼 때면, '이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베트남의 가을이 짧고 따뜻하다면, 한국의 가을은 깊고 풍성하다. 눈으로 보고, 코로 느끼고, 마음으로 기억되는 계절이다. 그래서 나는 매년 이맘때면 카메라보다 마음으로 단풍을 담는다. 한국의 가을은 나에게 자연이 건네는 휴식의 시간이며, 삶의 아름다움을 다시 깨닫게 하는 계절이다.
이지연 명예기자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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