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3·5·7세일까? 예전 일본에서는 아이가 어릴수록 병이나 사고로 사망할 위험이 컸다. 그중 3·5·7세는 생명력과 지혜가 안정되기 시작하는 '고비의 나이'로 여겨졌다. 특히 3세는 머리를 자르지 않고 기르는 '가미오키' 의식, 5세는 남자아이가 처음으로 하카마(전통 바지)를 입는 '하카마기', 7세는 여자아이가 성인과 같은 오비(허리띠)를 매는 '오비토키' 의식과 연결된다. 즉, 단순한 생일 축하가 아니라 '아이의 성장 단계마다 성인의 옷과 문화를 배우게 하는 의례'였던 셈이다.
행사는 보통 11월 15일에 진행되지만, 현대 일본에서는 일정이 자유로워져 10~11월 주말에 가족이 편한 날을 골라 신사(神社)를 방문한다. 아이들은 화려한 기모노나 정장을 입고, 가족은 사진 촬영과 참배를 한다. 한국에서는 한복 대여가 흔하지 않은 편이지만, 일본에서는 이 시기에 기모노 대여점과 사진관이 가장 바쁘다. 또 하나의 상징은 길쭉한 포장에 담긴 '치토세아메(千歳飴)'이다. '천 년의 사탕'이라는 뜻으로, 길게 살라는 축복을 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시치고산의 형태가 크게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신사 방문 + 기도'가 중심이었지만, 요즘은 '사진만 찍는 가족'도 많고, 전통 의상 대신 드레스나 정장을 입는 경우도 있다. SNS 문화가 강해지며, "귀여운 기념사진 남기기"가 중요한 목적이 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 시치고산은 전통 의식이면서도 시대에 맞춰 변화를 수용하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자녀 성장 기념 행사는 있지만, 일본의 시치고산은 '정해진 나이'와 '전통 의상'이 결합된 독특한 문화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일본을 이해하려면 "아이의 성장=가족과 신에게 함께 감사하는 일"이라는 사고방식을 알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시치고산은 단순한 사진 이벤트가 아니라, 일본 문화의 가치관을 담은 전통 행사로 남아 있다.
모토이네리에 명예기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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