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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처음 맞이한 춘절은 기차역에서부터 시작됐다. 발 디딜 틈 없이 몰려든 사람들로 역사는 가득 차 있었고, 한 걸음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모인 수많은 인파 속에서 중국의 춘절이 한국의 설날과는 전혀 다른 규모와 방식의 명절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실감할 수 있었다.
한국의 설날이 가족 중심의 명절이라면, 중국의 춘절은 사회 전체가 함께 움직이는 거대한 명절에 가깝다. 중국인 친구들은 춘절을 앞두고 한두 달 전부터 귀향 계획을 세우며, 기차표를 구하는 과정 자체가 이미 명절 준비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 시기에는 ‘춘운(春运)’이라 불릴 만큼 전국적인 이동이 일어나며, 명절이 개인을 넘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체감하게 된다.
명절 풍경에서도 문화적 차이는 뚜렷했다. 설날이 차례와 세배를 통해 조상과 윗세대에 대한 예를 중시하는 명절이라면, 춘절은 집 안을 넘어 거리 전체로 확장된다. 상점과 거리마다 붉은 장식이 걸리고, ‘복(福)’ 자를 거꾸로 붙여 복이 들어오기를 기원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장식들은 춘절이 개인의 가정을 넘어 공동체 전체가 함께 맞이하는 축제임을 보여준다.
명절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다르다. 설날이 비교적 짧고 차분한 휴식의 시간이라면, 춘절은 긴 연휴 속에서 적극적으로 즐기는 명절이다. 폭죽 소리가 밤낮없이 울리고, 친척 방문과 친구들과의 만남이 이어지며 명절의 흥겨움이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처음에는 다소 소란스럽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안에 담긴 공동체적 연대감과 에너지를 이해하게 됐다.
중국 친구들과 함께 명절을 보내며 지역에 따라 명절 음식이 다르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북방 지역에서는 만두가 명절 상의 중심을 이루고, 남방 지역에서는 만두 대신 찹쌀로 만든 떡이나 새알심 형태의 음식이 오르는 경우가 많다. 같은 춘절을 기념하면서도 지역별로 서로 다른 음식을 나누는 모습에서 중국이라는 나라의 넓은 문화적 스펙트럼을 실감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 보낸 춘절은 한국인 유학생이었던 나에게, 같은 음력 새해라도 문화와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기차역의 혼잡함으로 시작된 춘절은 결국 각자의 방식으로 가족과 공동체를 다시 연결하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낯설었기에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명예기자 이민해(한국)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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