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다문화] 혼밥을 즐기는 일본, 함께 먹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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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비슷한 식문화를 공유하고 있지만, 식사를 대하는 태도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혼자 식사하는 문화, 이른바 '혼밥'에 대한 인식이다. 일본에서는 혼밥이 매우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반면, 한국에서는 여전히 함께 먹는 식사가 더 익숙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본에서 혼밥이 일상화된 이유 중 하나는 개인의 시간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식사가 반드시 소통의 자리가 아니어도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라멘집, 규동집, 초밥집 등에는 1인석이나 바 좌석이 잘 마련되어 있고, 주문도 식권 자판기나 태블릿으로 이루어져 타인과의 불필요한 대화를 최소화한다. 이는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일본 특유의 가치관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식사가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관계 형성과 유대 강화의 시간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가족 식사, 회식 문화, 친구들과의 밥자리는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감정을 나누는 중요한 사회적 활동이다. 특히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이 인간관계의 시작이나 관심의 표현으로 사용되는 점은 한국 식문화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로 인해 혼자 식사하는 상황이 어색하게 느껴지거나, 아직까지는 혼밥을 위한 식당 환경이 일본만큼 세분화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도 1인 가구 증가와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인해 혼밥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이 더 이상 부정적으로 인식되지 않고, 개인의 선택으로 존중받는 분위기가 점차 형성되고 있다. 이는 일본과 한국 모두에서 전통적인 식사 문화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일본의 혼밥 문화와 한국의 함께 먹는 문화는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기보다는, 각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의 차이를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시간을 존중하는 일본, 관계와 정을 중시하는 한국. 두 나라의 식사 문화는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각자의 삶의 방식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모토이네리에 명예기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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