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여러 나라에는 공통적으로 12지(十二支) 문화가 존재한다. 한국과 일본, 중국, 베트남 등에서도 해마다 동물의 상징을 덧붙여 나타내며, 이는 단순한 달력의 표시를 넘어 사람들의 성격이나 특징을 표현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말은 예로부터 길상(吉祥)의 상징이었다. 신화와 역사 속에서 말은 힘과 비상(飛上), 성공을 상징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특히 병오년은 십간의 ‘병(丙)’이 불과 붉음을 뜻하고, ‘오(午)’가 말을 뜻하기 때문에, 불의 기운이 더해져 더욱 강렬한 도약과 활력을 상징하는 해로 받아들여진다. 많은 이들이 병오년을 ‘비약의 해’, ‘활력이 넘치는 해’로 인식한다.
반면 일본에서는 丙午(히노에우마, 병오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 그 배경에는 야채가게 아가씨 오시치(八百屋お七)의 이야기가 있다. 오시치는 17세기 말 큰 화재로 피난한 절에서 만난 남자와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마음에 스스로 불을 지르고, 그 죄로 화형에 처해졌다. 이 이야기는 일본의 전통예능인 浄瑠璃(조루리, 한국의 판소리와 유사한 서사음악극)와 歌舞伎(가부키)를 통해 널리 퍼졌다. 그 과정에서 오시치가 병오년에 태어났다는 설정이 퍼지면서, “병오년에 태어난 여성은 기질이 거칠고, 남편의 수명을 줄인다”는 속설이 생겨났다.
이러한 속설은 사회적 행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1966년 쇼와 시대의 병오년에는 일본에서 출산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어, 출생아 수가 전년 약 182만 명에서 136만 명으로 46만 명이나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 원인에는, 바로 60년 전 병오년(1906년)에 태어난 여성들이 결혼을 거부당하거나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당시 사람들의 직접적인 경험담이 신문, 텔레비전, 잡지 등을 통해 사회에 널리 전해진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지금, 2026년 ‘令和(레이와)의 병오년’을 맞아 일본 사회에서는 다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가정에서는 여전히 출산을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되지만, 동시에 “병오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많다. 저출산이 심각한 현대 일본에서는 ‘매년이 병오년과 같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으며, 이번 병오년이 과거와 같은 대규모 출산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아사오까리에 명예기자(일본)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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