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다문화] 콩나물, 한국 서민 식탁의 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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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박진희 명예기자 사진
한국 가정에는 상비약처럼 구비해 두어야 하는 식재료가 있다. 두부와 달걀, 김 등이 그것이다. 값싸고 재배가 쉬운 콩나물도 빼놓을 수 없다. 드라마 속에 주부들이 콩나물을 다듬는 장면이 자주 보이거나, 악보의 음부(音符)에 빗대어지거나, 만원(滿員) 버스가 콩나물시루에 비유될 만큼 콩나물은 일반 서민들의 생활과 밀착돼 있다.

콩나물의 재료는 콩(백태, 노란 콩)이다. 옥수수, 밀, 쌀과 함께 인류 4대 곡물 중 하나인 콩은 전 세계적으로 재배되는 작물이지만, 싹을 틔워 소비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 녹두(綠豆)를 싹 틔운 숙주나물은 아시아에서 일상적으로 먹고 있으나, 백태나 쥐눈이콩을 햇빛이 없는 어두운 환경에서 수분만 공급하여 어린싹과 뿌리를 키워 먹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한국에서 콩나물의 최초 재배는 삼국시대 말이나 고려시대 초기로 추정되고 있다. 935년, 이성계가 나라를 세울 때 고려 개국공신인 배현경이 식량이 부족하여 굶주린 군사들에게 콩을 냇물에 담가 콩나물을 불려 먹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콩나물은 비교적 키우기 쉽다. 재배법을 단계별로 보면, 먼저 콩을 깨끗이 씻은 후, 4~5시간 정도 미지근한 물에 담가 불린다. 불린 콩은 바닥에 구멍이 뚫린 용기에 불린 콩을 얇게 펴서 담는다. 콩이 물에 잠기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하루에 4~5회 정도 깨끗한 물을 골고루 뿌려 발아시킨다. 이때 물을 적게 주면, 잔뿌리가 많이 나 질기고 맛이 없어진다. 반대로 물을 지나치게 주면, 콩이 썩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또한 콩나물은 햇빛을 받으면 초록색으로 변하고 맛이 써지기 때문에 검은 천이나 덮개로 빛을 완전히 차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5~7일 정도 지나면 10~15cm 정도로 자란 콩나물을 수확할 수 있다.

[5-6-1] 박진희 명예기자 사진2(ai활용)
콩나물은 날 것 그대로는 매우 질기며 콩 단백질 특유의 냄새가 강하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는다. 가장 대표적인 섭취 방식은 콩나물무침이다. 콩나물무침은 가정집이나 식당 등에서 흔히 밑반찬으로 제공된다. 소금으로만 간하거나 고춧가루를 넣어 매콤하게 무친 나물은 비빔밥, 비빔국수, 쫄면 등에 넣어 먹기도 한다. 국으로 섭취하는 방식도 널리 애용된다. 24시간 운영하는 콩나물국밥 가맹점이 전국에 포진한 것만 보아도 그 인기는 실감할 수 있다. 심플한 콩나물국은 북어를 넣어 시원한 맛을 극대화하거나, 김치를 넣어 얼큰하게 먹기도 한다. 다만 조리 시 처음부터 냄비 뚜껑을 연 채 콩나물을 익히거나, 콩나물이 완전히 익을 때까지 뚜껑을 열지 않아야 국물의 비린 맛을 막을 수 있다. 콩나물은 찜이나 찌개류와도 음식 궁합이 좋다. 대표적인 요리로 '아귀찜'과 '미더덕찜'이 있다. 콩나물의 아삭한 식감이 씹는 맛을 배가시키고, 양념한 아귀나 미더덕의 매콤함을 중화시켜서 배가 불러도 자꾸만 손이 가게 한다. 젊은 세대는 생소해할 레시피로는 '콩나물밥'이 있다. 솥에 쌀을 안치면서 그 위에 씻은 콩나물을 넣어 밥을 지은 후, 양념간장에 비벼 먹는 방식이다. 맛과 영양을 좋게 하려고 고기나 굴 또는 김치를 넣기도 한다.

한국인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콩나물은 콩의 영양소를 거의 유지하면서 숙취 해소에 좋은 아르기닌과 피부를 곱게 하는 비타민 C, 비타민 B2를 공급한다. 빈혈, 저혈압, 감기 예방, 피로 회복에 효능이 있으며, 섬유질이 많아서 변비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왕복 6시간의 장거리 여행 후 일행과 함께 후루룩 들이킨 콩나물국밥 한 그릇이 개인 주치의에 못지않게 든든한 까닭이다.
박진희 명예기자(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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