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다문화] 얼굴을 숨기면 도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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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끝자락,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조용한 물의 도시에서 단숨에 환상의 무대로 변신한다. 얼굴을 반쯤 가린 가면, 금빛 자수의 망토, 운하 위로 울려 퍼지는 음악. 바로 베네치아 카니발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이 축제는 단순한 행사라기보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연극 무대가 되는 특별한 시간이다.

베네치아 카니발의 역사는 12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신분과 계급이 엄격하던 시대, 사람들은 가면을 쓰고 이름과 지위를 내려놓았다. 귀족과 평민의 구분은 사라지고, 모두가 같은 얼굴로 웃고 춤추며 자유를 누렸다. 그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가면은 여전히 '익명과 해방'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축제 기간 동안 산마르코 광장과 운하 주변은 숨 막히게 아름다운 장면으로 가득 찬다. 깃털과 보석으로 장식된 가면을 쓴 사람들이 조용히 걸음을 옮기고, 사진작가와 여행객들은 그 순간을 담기 위해 발걸음을 멈춘다. 곤돌라 위에서 포즈를 취하는 가면 인물들은 마치 중세에서 걸어 나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특별한 점은, 여행자 역시 가면 하나만 쓰면 이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베네치아 카니발을 꼭 경험해야 하는 이유는 '보는 축제'가 아니라 '되어보는 축제'이기 때문이다. 가면 뒤에서는 말수가 적어지고, 눈빛과 몸짓으로 소통하게 된다. 낯선 이와도 자연스럽게 웃음을 나누고, 잠시나마 현실의 역할에서 벗어난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 감각은 사진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다.

다만 주의할 점도 있다. 축제 기간에는 인파가 많아 소매치기에 주의해야 하며, 숙소와 교통비가 크게 오를 수 있다. 전통과 역사에 대한 존중을 잊지 않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

가면을 쓰는 순간,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닌 경험이 된다. 베네치아 카니발은 인생에 한 번쯤, 꼭 자신에게 허락해야 할 가장 낭만적인 일탈이다.
시에위잉 명예기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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