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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에게 가을은 단순히 아름다운 계절만은 아니다.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고향이 떠오른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중국 헤이룽장의 시골 풍경이다.
나는 헤이룽장의 한 시골 마을에서 자랐다. 가을이 되면 논밭은 한 해 동안 정성껏 키운 벼를 거두느라 분주했다. 어린 시절의 내 기억 속 가을은 노랗게 익어가는 들판과 수확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어느 날,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아침부터 논밭에 나가 벼를 거두고 계셨다. 나는 점심시간이 되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계신 논밭으로 갔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들판 한가운데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특별할 것 없는 한 끼 식사였다. 하지만 그때의 도시락은 이상하리만큼 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논밭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 수확을 기다리는 황금빛 들판, 일을 잠시 멈추고 함께 둘러앉아 밥을 먹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모습. 어린 시절에는 그저 평범한 하루라고 생각했던 순간이었지만, 고향을 떠나 살아보니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가을을 맞을 때면 문득 그때의 풍경이 떠오른다. 길가의 나뭇잎이 노랗게 물들고 선선한 바람이 불면, 마음은 어느새 멀리 떨어진 고향의 논밭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도시락을 함께 먹던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생각하게 된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추억을 수확하는 계절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린 시절의 많은 장면은 조금씩 희미해지지만, 가을 들판에서 가족과 함께 먹었던 한 끼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다.
한국에서 맞는 가을과 헤이룽장에서 맞는 가을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가을이라는 계절이 사람에게 전하는 마음은 어쩌면 비슷한지도 모른다. 계절이 바뀌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소중했던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래서 나는 9월의 선선한 바람이 좋다. 바람을 따라 고향의 기억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바라보는 가을 하늘 아래에서도 내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헤이룽장의 황금빛 들판과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먹었던 도시락이 남아 있다.
고향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찾아온다. 나에게 가을은 그런 계절이다. 한국은 아직 나뭇잎이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가을을 알리는 작은 변화가 시작되는 이때가 되면 나는 자연스럽게 고향의 들판과 그곳에서 함께했던 가족을 떠올린다.
배홍연 명예기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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