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다문화] 이웃가챠: 층간소음 갈등, 양보로 해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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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이웃과의 크고 작은 갈등을 겪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층간소음이나 생활 방식의 차이 때문에 다툼이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큰 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물론 이웃과 서로 배려하며 사이좋게 지내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어떤 이웃을 만나게 될지는 내가 선택할 수 없다.

일본에는 이런 상황을 표현하는 재미있는 신조어가 있다. 바로 '이웃가챠(隣人ガチャ)'다.

'가챠'는 캡슐토이처럼 어떤 물건이 나올지 알 수 없는 뽑기 게임을 말한다. '이웃가챠'는 내가 어떤 이웃을 만나게 될지, 그리고 그 이웃과 관계가 잘 맞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을 가챠에 비유한 말이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한국에서 20년 넘게 생활하고 있는 이주여성 A씨도 최근 이웃과의 갈등을 경험했다.

몇 달 전 바로 위층에 새로운 이웃이 이사를 오면서부터 집 안에서 발뒤꿈치로 바닥을 쿵쿵 찍으며 걷는 '발망치' 소리가 자주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A씨도 새로 이사 온 이웃에게 정리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사를 왔으니 정리할 것도 많겠지.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A씨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동안 기다렸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발망치 소리는 계속됐다.

결국 가족들과 상의한 뒤 조심스럽게 관리사무소에 상황을 이야기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A씨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 위층에 잘 전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소리는 계속됐다.

몇 달이 더 지나 A씨는 다시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다음 날, 집 문고리에 쪽지 한 장이 걸려 있었다.

쪽지의 내용을 본 A씨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자신이 이야기한 소음에 대해 상대방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고, 오히려 자신의 집에서 나는 소음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A씨는 문득 가족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평소 말소리가 큰 남편과 밤늦게 전화 통화를 하는 딸들이 생각났다. 혹시 우리 가족의 생활 소리 때문에 위층 이웃도 불편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더 큰 갈등은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A씨는 더 이상 일이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상대방의 문고리에 "신경 쓰게 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의 쪽지를 남겼다.

그 뒤 위층에서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신기하게도 발망치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A씨는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서로 불편하지 않게 지내는 것'을 선택한 셈이다.

왜 그렇게 했느냐고 묻자 A씨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먼저 고개를 숙이면 싸움이 일어나지 않아요."

그리고 잠시 생각한 뒤 이렇게 덧붙였다.

"이웃과 갈등을 만드는 것보다 소음을 조금 참고 지내는 것이 차라리 나은 것 같아요."

A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연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사과하고 참는 것이 갈등을 피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이 계속 참고 양보해야만 평화로운 관계가 유지된다면 그것 역시 좋은 해결 방법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서로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기

이웃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한쪽의 양보만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소음을 내는 사람도 '내가 아무렇지 않게 하는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는 불편한 소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소음을 듣는 사람도 상대방에게 자신의 상황을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아파트처럼 많은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는 서로의 생활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생활 소리가 다른 사람에게는 큰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나도 모르는 사이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웃과 갈등이 생겼을 때 '누가 잘못했는가'를 먼저 따지기보다 '서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우리는 어떤 이웃을 만나게 될지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이웃이 될지는 선택할 수 있다.

내가 먼저 조금 조심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한다면 이웃과의 관계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웃가챠'에서 어떤 이웃을 뽑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를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누구나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고,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헤아릴 수 있는 따뜻한 이웃의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구로다미키 명예기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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