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다문화]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끈의 예술, 일본의 ‘미즈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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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이 살아 숨쉬는 끈의 예술, 미즈히키_하시모토시노부
가족과 소중한 사람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할 때에는 선물을 주고받는 일이 많고, 마음을 담은 선물은 그 자체로도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선물을 포장할 때 리본 대신 '미즈히키(みずひき)'라는 독특한 끈 장식을 사용해왔다. 미즈히키는 일본 전통 공예의 하나로, 종이(화지)를 실처럼 꼬아 만든 가느다란 끈을 다양한 형태로 엮어 장식하는 것이다.

미즈히키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포장이 개봉되지 않았다는 증명,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주술적인 의미,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의 상징까지 선물에 마음을 담는 일본인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미즈히키는 묶는 방식과 끈의 색상에 따라 사용되는 목적이 다르다. 쉽게 풀리는 매듭은 기쁜 일이 반복되기를 바라는 의미로 출산, 진학, 승진, 개업 등 경사스러운 일에 사용된다. 반대로 단단히 묶여 쉽게 풀리지 않는 매듭은 다시 반복되기를 원치 않는 상황에서 사용되며 대표적으로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에 쓰인다.

색상 역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축하할 일에는 홍백(빨강과 흰색), 금은, 홍금과 같이 밝고 화려한 색이 사용되며, 조의나 애도의 표현에는 흑백, 황백, 청백, 쌍은, 쌍백 등을 사용한다. 이처럼 색과 매듭 방식만으로도 선물의 성격과 마음의 방향을 전할 수 있다는 점은 미즈히키의 매력 중 하나다.

미즈히키는 기본적으로 다섯 가닥의 끈을 하나의 다발로 묶는다. 예로부터 일본에서는 미즈히키를 선물 포장이나 축하 봉투(오이와이)에 주로 사용해왔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그 활용 범위가 훨씬 넓어지고 있다. 다양한 색과 디자인이 도입되면서 이제는 귀걸이, 팔찌 같은 액세서리부터 인테리어 장식품에 이르기까지 전통을 기반으로 한 현대적인 공예품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하시모토시노부 기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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